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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vs 중소기업, 인도시장 성공률 분석

by moonstroy7 2025. 3. 31.

대기업vs중소기업 한국 인도에 관한 이미지



인도 진출은 이제 한국 기업에 있어 ‘선택’이 아니라 ‘의무’에 가깝다. 14억 인구, 빠른 도시화, 낮은 평균 연령, 그리고 제조업 육성 중심의 정책. 이런 조건이 겹친 곳이라면, 누구든 한 번쯤 눈길을 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 발 더 들여다보면, 같은 시장을 두고도 기업의 태도는 매우 다르다. 자금과 인력, 조직이 갖춰진 대기업은 ‘장기 거점’으로 접근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그보다 훨씬 더 조심스럽고 제한적인 방식으로 문을 두드린다.

이 차이는 단순히 진입 방법뿐 아니라, 정착 여부와 생존율, 그리고 시장 내에서의 신뢰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대기업은 오래 보고 들어간다

삼성전자가 인도에 처음 진출한 건 1996년이었다. 노이다 공장은 이제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폰 생산기지로 성장했고, 삼성은 인도에서 ‘글로벌 브랜드’가 아니라 ‘현지 브랜드’처럼 취급받는다.

현대차는 1998년 첸나이에 공장을 세웠고, 지금은 SUV 중심으로 인도 승용차 시장 점유율 2위를 지키고 있다. 기아는 진입 5년도 채 안 돼 강력한 중형 SUV 라인업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순하다. 돈을 들였고, 시간을 들였고, 현지를 공부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서 오래 갈 생각’이라는 걸 시장에 보여줬다.

생산시설만이 아니다. A/S센터, 유통망, 광고 전략, 현지 인재 채용까지 인도라는 땅을 제대로 밟고자 한 노력이 있었다.

중소기업은 살아남기부터 고민한다

반면, 중소기업은 시작부터 계산이 복잡하다. 인도라는 시장이 매력적인 건 맞지만, 변수도 많다. 언어만 해도 20개가 넘고, 문화는 지역마다 다르며, 법률이나 세금 체계도 각 주마다 달라진다.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물류망을 구축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은 작지 않다. 대기업처럼 본사에서 부서를 따로 운영하거나 법률 자문팀을 둘 수도 없다. 정보 접근도 쉽지 않고, 파트너를 잘못 만나면 초기에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래서 많은 중소기업은 가볍게 ‘시험 삼아’ 들어가려 한다. 소량 수출, 온라인 유통, 로컬 파트너와의 위탁 계약 등. 하지만 이런 방식이 시장 안착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가볍게 들어간 기업’은 대개 ‘쉽게 밀려난다.’

숫자는 말이 없다

KOTRA 뉴델리 무역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약 650개. 그중 75%는 중소·중견기업이다.

하지만 생존율은 대기업이 압도적으로 높다. 5년 이상 사업을 유지한 대기업의 비율은 80% 이상. 중소기업은 3년 내 철수 비율이 약 30%에 이른다.

이 수치를 보면 자본과 조직의 차이를 먼저 떠올리기 쉽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건 그게 아니다.

대기업은 시장을 구조적으로 해석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기반을 깔고 움직인다. 중소기업은 시장을 유행처럼 해석하고, 기회를 좇지만 체력을 잴 여유가 없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은 희망이 없는가

전혀 아니다. 실제로 인도에서 ‘잘 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꽤 있다. 다만 공통점이 있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만 파고든다.

예를 들어, 한 K-뷰티 브랜드는 도시 여성 소비자 대상의 피부 진단 서비스를 연동해 맞춤형 화장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했다. 유통망도, 브랜드 인지도도 없었지만 고객이 직접 제품을 찾게 만들었다.

또 다른 중소 식품기업은 현지 무슬림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할랄 인증을 취득했다. ‘한국식 매운맛’을 로컬 입맛에 맞춰 조정했고, 오프라인보다 SNS 채널에 집중해 빠르게 확산시켰다.

이런 사례들은 보여준다. 문제는 ‘기업이 작다’는 게 아니라 ‘전략이 얕다’는 데 있다는 것을.

인도는 시장이 아니라 생태계다

인도 진출은 대기업에게만 기회가 아니다. 중소기업에도 길은 있다. 하지만 그 길은 넓지 않고, 익숙하지 않으며, 빠르지도 않다.

그래서 인도에서 살아남으려면 누구든 전략을 짧게 짜면 안 된다. 3개월 안에 뭐가 되겠지, 그런 시장이 아니다.

현지화, 인내, 그리고 철저한 준비. 인도에서는 이 세 가지가 기본값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