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경제를 이야기할 때면 흔히 떠오르는 건 ‘제조업 강국’, ‘미국의 인접국’, ‘중남미 2위 경제대국’ 같은 키워드입니다. 하지만 최근 멕시코는 단순히 지정학적 이점에만 기대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세계 경제 속에서 스스로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이 글에서는 멕시코 경제가 지금 어떤 흐름 속에 놓여 있는지, 또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려 하는지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멕시코, 숫자 너머의 경제 흐름
최근 멕시코의 경제지표를 보면 놀라울 정도로 견고합니다. 2023년 국내총생산(GDP)은 3% 초반대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이는 라틴아메리카 국가들 중에서도 상위권에 해당하죠. 수치만 보면 '좋다'라고 쉽게 말할 수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꽤나 복합적인 요인들이 얽혀 있습니다.
우선 멕시코 제조업의 회복력이 눈에 띕니다. 자동차, 전자제품, 기계류 생산은 여전히 수출의 핵심이고, 미국과의 무역 연계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죠. 최근 몇 년간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는 가운데, 멕시코는 ‘대안 생산기지’로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단가 경쟁력, 지리적 접근성,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과의 무역협정(USMCA)이 뒷받침해 준 덕분입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멕시코 페소의 움직임입니다. 한때 불안정했던 페소는 최근 들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고, 오히려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인 시기도 있었습니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멕시코 경제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물론 인플레이션은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지만, 중앙은행(Banxico)의 단호한 금리 인상 정책이 점차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멕시코 경제는 지금, 단순히 반짝하는 수치보다는 탄탄한 기초 체력을 기반으로 점진적인 회복과 확장을 시도하는 단계에 있다고 보는 게 더 맞을지도 모릅니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변수, 그리고 기회
멕시코 경제를 논할 때 미국을 빼놓고는 얘기가 되지 않습니다. 전체 수출의 80% 이상이 미국으로 향하고 있고, 수많은 산업이 미국 경기와 밀접하게 맞물려 돌아갑니다. 하지만 이런 종속적인 구조가 최근엔 기회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이라는 트렌드가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서 생산하던 공장을 점점 가까운 나라로 이전하면서, 멕시코가 수혜국으로 떠오른 겁니다. 실제로 일부 미국 제조 기업들이 멕시코 북부 지역에 생산시설을 신설하거나 확장하고 있고, 이로 인해 해당 지역은 새로운 산업 중심지로 재편되는 중입니다.
특히 전기차, 반도체, 배터리와 같은 미래 산업 부품 생산이 멕시코에서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입니다. 단순 하청이 아니라 기술과 가치가 높은 산업군이 유입되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에너지 분야도 중요한 변화 지점을 맞고 있습니다. 석유 중심의 에너지 구조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도 서서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만 여전히 에너지 정책은 정부 주도의 색채가 강하고, 외국계 기업 입장에서는 제도 리스크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점도 존재하죠.
결국 미국과의 관계는 멕시코에게 있어 양날의 검입니다. 너무 얽혀 있는 것도 문제지만, 그만큼 안정적 수요와 산업 협력이 가능한 구조이기에 멕시코는 지금 그 균형점을 찾는 중입니다.
앞으로의 전략, 그리고 현실적인 과제들
멕시코 정부는 향후 10년을 바라보며 ‘포용적 성장’을 주요 키워드로 삼고 있습니다. 단순한 산업 성장만이 아니라, 지역 격차 해소와 지속 가능한 개발을 함께 추진하려는 방향성이죠. 이를 위해 대규모 인프라 사업이 진행 중인데, 대표적으로 마야 철도, 남부 공항 확장, 항만 현대화 등이 이에 포함됩니다.
또한 디지털 경제 기반 강화도 눈여겨볼 포인트입니다. 최근 멕시코에서는 핀테크, 전자상거래, 원격의료 등 디지털 서비스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젊은 인구가 많은 구조 덕에 새로운 기술 도입에 대한 저항도 적고, 실제로 모바일 기반 금융서비스 이용률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죠.
하지만 과제도 분명합니다. 멕시코의 만성적인 문제인 부정부패, 불안정한 치안, 교육 인프라의 불균형은 경제 발전의 발목을 잡는 요소입니다. 또, 정치적으로도 민족주의적 색채가 강한 정책들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다소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멕시코 경제가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외부 의존에만 기대기보다는 내수 기반을 강화하고 제도적 투명성을 높이는 ‘내실 다지기’가 필요합니다. 단기 호황에 안주하지 않고, 장기적인 시야로 체질 개선을 지속해야 할 시점입니다.
멕시코는 분명히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지리적 이점, 산업 기반, 젊은 인구, 그리고 미국이라는 파트너까지. 하지만 그 매력을 진짜 성장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뚜렷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지금처럼 외부 요인에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 구조를 단단히 다지고, 경제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멕시코는 지금 그 기로에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