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자취방을 알아볼 때, 부동산 앞에서 20분 넘게 멍하니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인터넷에선 다들 "전세가 무조건 이득이다", "월세는 돈 버리는 거다"라고 하는데,
막상 제 통장엔 겨우 천만 원이 있었고, 대출조차 어찌 해야 할지 막막했거든요.
현실은 복잡했습니다.
이상은 전세였지만, 현실은 월세였고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안정감이 뭔지를 아는 거였어요.
이 글은 첫 집을 구했던 사회초년생의 실제 고민과 판단,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현실적인 기준과 감정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정리한 기록입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누군가에게 작은 기준이 되어줄 수 있기를 바라며,
진짜 이야기로 풀어봅니다.
1. 전세, 누구나 추천하지만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선택
첫 직장에 붙고 제일 먼저 한 건 방 구하기였습니다.
회사 근처 원룸 시세를 검색하다가
“전세로 구해. 월세는 다 손해야”라는 말을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많이 들으셨을 거예요.
전세는 장점이 분명하죠.
- 보증금만 내면 매달 월세 안 내고
- 관리비 외엔 고정 지출이 거의 없음
- 2년간 이사 걱정 없이 안정적
부동산에서도 전세를 먼저 추천했고,
친구들도 “대출 좀 받아서라도 전세 들어가”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은행 상담도 받고, 전세자금대출도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벽이 많더군요.
보증금 1억이면 대출이 80% 나와도
내가 현금으로 준비해야 할 금액은 최소 2천만 원 이상.
게다가 그 집에 근저당은 몇 순위로 걸려 있는지,
집주인 신용은 어떤지,
생전 처음 듣는 말들이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건
내가 그 전세 보증금 1억을 '믿을 수 있느냐'는 불안감이었습니다.
전세사기 뉴스를 매일 접하면서
“혹시 내 돈도 날아가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어느 순간 머리를 떠나지 않았어요.
전세는 분명 이득일 수 있지만,
그걸 이득으로 만들기 위한 지식과 자금, 그리고 운까지 필요한 선택이란 걸 그때 처음 알게 됐습니다.
2. 월세, 손해 같지만 지금 내 현실엔 가장 안전한 선택
그래서 결국 저는 월세를 선택했습니다.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45만 원짜리 원룸.
회사까지 지하철 두 정거장,
연식은 조금 되었지만 리모델링이 잘 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지금 내 통장으로 당장 입주 가능한 곳이었습니다.
처음엔 자존심이 좀 상했습니다.
전세 산다는 친구들 얘기를 들으면 괜히 주눅 들고,
매달 50만 원 가까운 돈이 그냥 빠져나간다는 게 아까웠죠.
그런데 살아보니 달라졌어요.
- 계약서 간단하고 복잡한 법률 용어도 거의 없음
- 이사도 유연하고, 짐도 점점 미니멀하게 됨
- 수리나 하자 있을 때 집주인이 바로 처리
- 무엇보다 보증금 날릴 걱정 없음
사람들은 종종 ‘월세는 돈 버리는 거다’라고 말하지만
제 기준에선 ‘불안을 줄이는 값’이었어요.
보증금을 잃을 걱정도 없고,
목돈이 묶이지 않으니 예상치 못한 일에도 대처할 수 있었죠.
사실, 집은 사는 공간이지 투자 자산이 아니잖아요.
저는 그때 그렇게 생각했고,
그 판단이 제겐 맞았던 겁니다.
3. 계산기보다 중요한 건 내 삶의 리듬과 불안 수준
전세 vs 월세.
결국 많은 분들이 엑셀 켜고 계산기 두드리며 고민하실 겁니다.
대출 이자 vs 월세 총액,
2년 후 자산 비교,
보증금 운용 수익률 시뮬레이션…
저도 그랬어요.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왜 계산기만 보고 있지? 내 마음은 안 보이나?”
제가 진짜 불안한 건
‘돈을 더 쓰는 것’이 아니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까 봐’였어요.
- 전세금을 떼일까 봐
- 대출 상환이 벅찰까 봐
- 이사 나가려다 집주인과 갈등 생길까 봐
월세를 살면서 저는 ‘돈은 나가지만, 마음은 편했다’는 걸 확실히 느꼈습니다.
계산기 위에 내 불안도 같이 올려봐야 한다는 걸,
그제서야 진짜 깨달은 거죠.
결국, 저는 지금도 월세를 살고 있고
앞으로 1~2년 후 상황이 나아지면
그때 전세로 옮길 계획입니다.
완벽한 타이밍보다 중요한 건,
지금 내 삶에 맞는 선택을 내리는 용기였습니다.
결론: “전세냐 월세냐”보다 “지금 나에게 맞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사회초년생에게 집은 단순히 공간이 아닙니다.
경제의 시작점이자, 독립의 상징이며, 불안과 안정 사이의 중심축이 되기도 하죠.
전세든 월세든, 어느 것이 더 낫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는 전세가 맞고,
누군가는 월세가 맞는 겁니다.
중요한 건 그 선택이 지금 내 상황에서 감당 가능한가,
그리고 그 선택이 내 일상을 흔들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가입니다.
저는 그렇게 선택했고,
그 선택이 저를 지켜주었습니다.
혹시 지금,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계산기보다 내 마음 먼저 살피세요.
그게 진짜 안전한 집을 고르는 첫 기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