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집밥이 제일 싸다고 믿었습니다.
배달도 외식도 사치라 생각했고,
마트에서 장을 보면 뿌듯하기까지 했죠.
“이 정도면 삼 일은 거뜬하겠네” 하며
계산대를 지나던 그 시절이,
요즘엔 점점 기억 속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어느 순간부터 집밥이 더 부담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마트를 돌아다니며 장을 보고,
요리하고, 먹고, 설거지를 마칠 때쯤엔
“내가 지금 이걸 왜 이렇게까지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스치곤 했죠.
이 글은 단순히 ‘식비가 올랐다’는 통계를 넘어서,
우리가 일상 속에서 집밥을 더 이상 경제적이라 느끼지 못하는 이유를
감정과 현실을 담아 풀어낸 이야기입니다.
1. 장바구니를 채우기 전부터 무겁다 – 가격표보다 체감이 더 아프다
일주일에 한 번, 마트에 갑니다.
늘 같은 루트, 같은 품목을 담는데도
계산대에 서면 이전보다 30~40%는 더 나오는 느낌이 들어요.
예전엔 만 원이면 채소 한 바구니를 담을 수 있었는데,
요즘은 대파 하나, 양파 한 망, 상추 한 팩으로도 그걸 넘깁니다.
물가가 올랐다는 말, 이제 뉴스로 보는 게 아니라
내 손에 든 장바구니 무게로 느껴집니다.
- 계란 한 판이 8,000원을 넘고
- 식용유 900ml는 6,500원
- 햇반도 3개 5,000원 넘게 하는 경우가 다반사
심지어 요즘은 1~2인 가구 기준으로
포장이 작아지면서 단가가 더 비싸졌습니다.
1kg을 2,000원에 팔던 걸
300g짜리로 나눠 1,300원에 파는 구조죠.
결국 먹는 양은 줄어도 쓰는 돈은 비슷하거나 더 많아진다는 것.
그리고 이상하게,
식비는 줄이기 제일 어려운 지출이라는 걸
요즘 와서 더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2. 집밥은 ‘정성’으로만 하기엔 너무 많은 걸 요구한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
마트 봉지를 식탁에 올려놓고 한숨부터 쉽니다.
반찬 몇 가지 만들어야지 마음은 먹었지만,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내는 그 순간부터
이미 에너지가 바닥입니다.
집밥이 건강하다는 말, 틀리지 않아요.
하지만 요즘은 그 건강이 내 체력을 갉아먹습니다.
- 요리 준비
- 조리
- 먹고 난 후 치우는 시간
- 설거지
- 남은 재료 처리
- 냉장고 정리
이 모든 과정을 다 포함하면
하루 한 끼 준비하는 데만 1시간은 족히 들어갑니다.
게다가 자주 쓰지 않는 식재료는 유통기한 지나
버리는 경우도 많고요.
결국, 아끼려다 버리는 악순환이 생기는 거죠.
그리고 혼자 먹는 식사엔
애써 만든 음식이 오히려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내가 이걸 왜 이렇게까지 하고 있나…”
그 순간,
외식은 선택이 아니라 ‘합리적인 대안’이 됩니다.
3. 이제 외식이 가성비가 되다 – 비용보다 ‘시간’과 ‘마음’을 사는 소비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편의점 도시락이나 분식집 한 끼는
“귀찮아서 먹는 비상식”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죠.
하지만 요즘은 다릅니다.
5~6천 원짜리 도시락에 반찬 4종, 국까지 포함되어 있고
깨끗하게 포장돼 있는 걸 보면
오히려 집에서 혼자 해먹는 것보다 더 알차게 느껴집니다.
게다가
배달 플랫폼의 쿠폰, 런치 타임 할인, 1인 메뉴의 다양화 덕분에
1인 외식도 부담이 줄었습니다.
- 김밥+라면 세트 6,500원
- 도시락 5,000~6,000원
- 동네 국밥집 백반 9,000원
- 샐러드+닭가슴살 밀박스도 8,000원 수준
이제 외식은 단순히 식비 문제가 아닙니다.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해주는 소비가 되었고,
어떤 날은 나를 위하는 ‘선택’이 되기도 하죠.
사실 한 끼를 사 먹는 게
집밥보다 저렴한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아니, 최소한 비슷한 수준의 비용으로 더 많은 효율을 얻는 거죠.
결론: 집밥이 더 싸다는 믿음은, 이제 옛말이 됐다
요리하는 걸 좋아했던 저도,
요즘엔 주 3회 정도만 요리를 합니다.
그 외에는 편의점 도시락, 밀키트, 가끔은 배달로 끼니를 때우죠.
예전 같았으면
“귀찮아서 사 먹네”라는 말을 들었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똑똑한 소비라고 생각합니다.
집밥이 더 싸고, 정성 있고, 건강하다는 말.
지금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그 집밥을 위해 내가 치러야 할 시간과 체력, 비용이
점점 감당하기 어려워졌을 뿐이죠.
지금은 잘 차린 집밥이 사치일 수도 있는 시대입니다.
가성비가 아니라, 감정비까지 따져야 하는 요즘.
우리는 그 안에서
어떻게 잘 먹고, 덜 지치며 살아갈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 고민 끝에,
집밥은 더 이상 당연한 선택이 아닌
‘준비된 날의 특별한 식사’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